글로벌에 중점을 둔 거시적 디자인이 우리가 나아갈 길인 이유

2017 글로벌 핀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인 마틴 다비셔는 글로벌에 중점을 둔 전체적 디자인 시각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 이유를 설명한다.

런던에 소재한 영향력 있는 디자인 자문회사 tangerine (탠저린)의 공동창립자 겸 CEO인 마틴 다비셔는 “비즈니스 경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한다. 다행히 그는 영국과 전 세계에 유수 기업들과 함께 하는 도전을 즐기고 있다.

*마틴 다비셔, tangerine (탠저린) CEO

다비셔와 클라이브 그리녀는 영국의 유명 디자이어이자 IDEO 창립자인 빌 모그리지의 스튜디오에서 이룬 성공적인 커리어를 떠나 런던에 tangerine (탠저린)이라는 이름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1989년 런던에서 처음 문을 연 이 선구적인 디자인 자문회사는 한국과 브라질에도 지사를 설립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대기업 고객을 유치했다. 다비셔는 빌 모그리지의 스튜디오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한 최고의 직장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쿠퍼 휴이트 국립 디자인 박물관이 수집한 텔레노바 콘솔(1986), 마틴 다비셔가 모그리지 어소시에이트(현 IDEO)에서 디자인했다. 아랑고 디자인 재단의 선물.

다비셔에게 처음부터 사업적 감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술을 알아보는 눈만은 확실했다. 그는 “학력은 나의 강점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재학 시절, 다비셔는 테크니컬 드로잉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재능은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미술학과에서 받았던 뛰어난 교육을 통해 더욱 발전했다. 다비셔는 장난감을 받으면 그것을 분해해서 무엇을 새롭게 만들지 고민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였다. 중앙 예술 디자인 학교에서 입학을 허가받고 나서야 그는 디자인으로 관심을 돌렸다. “돌아 보면 당시에 선택할 수 있는 수 많은 선택지가 있었어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단 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현재 그의 작품 중 일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과 기관에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다비셔가 샌프란시스코의 IDEO에서 근무할 때 만든 텔레노바 제품이다. 그 후 tangerine (탠저린)에서 만든 작품은 현재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비셔가 꼽는 tangerine (탠저린)의 대표적인 디자인 혁신은 영국항공의 완전 평면 비즈니스 좌석과 페이스 마이크로 테크놀러지와 협력해 만든 BskyB사의 셋톱 박스, 개인용 비디오 레코더 통합 제품 Sky+이다. 이들은 서비스 제품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

*영국항공의 2세대 클럽 월드 좌석 (2006년), 세계 최초의 완전 평면 비즈니스 좌석. 이미지 제공: tangerine (텐저린)

*Sky+의 타임시프트 TV 아이콘 제작 세계 최초로 셋톱 박스와 PVR을 결합해 사람들의 TV 시청 및 녹화 방법을 바꾸었다. 이미지 제공: tangerine (탠저린)

다비셔는 기업들의 자국 시장 내 성공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도 항상 모색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tangerine (탠저린)의 수입 중 약 80%가 영국 외 지역에서 발생해 왔다. 다비셔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시아 3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수입 중 상당 부분이 중국, 한국,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글로벌 비즈니스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다비셔가 수출입 증진을 도모하는 영국 국제통상부(전 무역투자청)와 협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의 더 큰 이유는 아시아 지역의 기업들이 tangerine (탠저린)이 지닌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다비셔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디자인 능력만큼 시장성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도 차별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루는 문제는 상당히 다양해요. 브랜드 전략이나 디자인 전략의 수립, 다양한 고객과 시장을 다루는 방법 등에 관해 클라이언트와 논의하게 됩니다. 단순히 디자인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죠.”

tangerine (탠저린)이 하는 실질적 업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tangerine (탠저린) 직원이 클라이언트의 사업 개발에 참여하기도 하고, 디자인에 대한 배경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해외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 몰입 교육도 진행한다. 주로 일본 기업의 마케터와 제품 개발자가 런던을 방문해 디자인 중점 교육을 받는다. “수많은 디자인 중 하나를 바꾼다고 해서 큰 변화나 지속적인 이득이 생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tangerine (탠저린)과의 협업이 클라이언트에게는 새로운 변화를, 구성원 중 일부에게는 보다 혁신적이고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가치는 기대 이상일 겁니다.”

*니콘 직원을 대상으로 tangerine (탠저린)이 주최한 디자인 몰입 워크샵

다비셔는 앞으로 tangerine (탠저린)이 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변화는 어떻게 디자인과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편안해하는 질적 중심의 작업과 전략 회사들이 많이 하고있는 양적 중심의 작업 간에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두 가지 모두 필요한 일입니다”

현재 다비셔와 tangerine (탠저린)은 유통, 열차, 항공 인테리어, 서비스와 좌석 시스템에 대한 지적재산권(IP) 개발과 모자 복지, 자전거 시장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다. 다비셔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항상 가벼워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다음 일을 향해 돌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tangerine (탠저린)은 작은 회사입니다.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면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부티크 회사라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는 품질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죠.”

*히드로 익스프레스 퍼스트 클래스가 제공하는 15분 간의 프리미엄 여행 경험을 완전히 탈바꿈한 시도 (2011). 이미지 제공: tangerine (탠저린)

*서울에 오픈하는 신규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을 통한 이니스프리 브랜드 리포지셔닝(2016). 이미지 제공: tangerine (탠저린)

지난 수년 동안 마틴 다비셔는 세인트 마틴 예술 디자인 대학의 초빙 교수와 세계 디자인 기구(전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의 위원, 그리고 독일의 레드닷 같은 공신력 있는 세계 디자인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커뮤니티에 기여해왔다. 2016년 그는 영국 디자인 위원회의 이사가 되었다.

*마틴 다비셔, tangerine (탠저린) CEO, 서울에서 개최된 2016 글로벌 HR 포럼에서 '왜 디자인 사고가 곧 비즈니스적 사고인가'라는 주제로 강연. 이미지 제공: tangerine (탠저린)

9월, 다비셔는 2017년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의 최고 디자인상을 심사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시상식은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에 의한 최고의 디자인을 가려내는 유일한 디자인 어워드로 유명하다. 그리고 골든 핀 컨셉 디자인 어워드는 전 세계 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열리는 자매 시상식이다.

다비셔는 골든 핀 어워드의 심사위원 경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주최 측으로부터 디자인을 평가하게 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비셔가 어느 공모전에서나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짧은 제한 시간 안에 모든 대상자의 작품을 충분히 살펴보고 어떤 작품이 왜 최고의 디자인인지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가 공모전 참여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경험적 측면에서 그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료들로부터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중요한 동기 부여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디자인 어워드가 열리는 것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요구하는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최측은 이번에도 그 수준이 유지되길 바랄 것이 분명합니다.”

다비셔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태평양 끝에 위치한 이 작은 산악 지형의 섬을 1990년 대 초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CETRA (현 TAITRA)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HCG 바스라는 회사와 함께 일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소재한 타이페이 디자인 센터에서 엘랑 비탈(아수스), 채플렛, 위스트론 등 브랜드와 협업했다. 다비셔는 대만을 여러 번 방문하였지만 현재 대만 고객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다비셔는 이렇게 말한다. “대만 시장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현대 공예품 디자인이 중심을 이루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디자인하지 않는 거대한 OEM과 ODM 산업이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만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합니다.”

*스페인의 신규 플래그십 주유소 건설을 통한 Cepsa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 시도(2015) 이미지 제공: tangerine (탠저린)

물론 다비셔는 “디자인은 일하기에 정말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쉽게 인정한다. 그리고 동시에 대만 정부와 기업이 디자인을 더 잘 이해하고 통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믿고 있다. 다비셔는 디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할 때마다 ‘그래서 무엇인가’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보다 유용하고 그 목적이 분명한 것들을 창조해 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낫고, 필요하고,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출처: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가 첫 공개한 인터뷰, 2017/08/21, http://www.goldenpin.org.tw/